결혼의 종말 : 사랑 섹스 연애 결혼에 대한 사유
한중섭 지음
도서출판 파람
2020년 출판
이 책은 서점에 갔다가 철학 코너에서 발견한 책이다.
그냥 스윽 훑었는데 꽤나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읽게 되었다.
특히 결혼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좋은 답이 되었다.
결혼의 역사를 알고 나니 결혼의 의미는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의 결혼은 미래의 결혼과는 또 다른 의미가 될 것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수렵시대의 결혼부터 디지털 시대의 결혼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여기서 추천해주는 책도 읽어봐야겠다.
<미래는 와 있다-피터 루빈>
“결혼은 새장과 같다.
새장 밖의 새들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며,
새장 안의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친다.“
-Michel de Montaigne- 사람들은 결혼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이 책은 결혼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해서
결혼의 역사, 그리고 결혼의 종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세상이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예견하며 만나는 것.”
제1장 진화하는 결혼
최초의 결혼이 언제였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수렵채집 시대에는 집단 구성원들끼리 가족을 꾸리는 군혼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남편이고 아내가 되며, 형제 자매 간에도 성관계를 맺는 것이 허용되는 형태이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낯선 집단과 협력해야할 필요성이 생기자 인간은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결혼은 우호적인 집단의 세를 불리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농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잉여생산물과 계급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 결과 모계사회는 부계사회로 전환되며 가부장제가 출현했다. (부성 확실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여성을 소유하고 정절을 강제)
사람을 교환하는 결혼은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점점 변해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결혼은 경제적 계약이었다. (노동력)
제2장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의 결합 “결혼할 땐 이런 질문을 해봐라.
늙어서까지도 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외에 다른 모든 건 일시적일 뿐이다.”
-Friedrich Wilhelm Nietzshe-
유럽에 계몽주의가 확산되고 책이 대중화되면서 일부만 향유하던 로맨스가 단숨에 주류가 되었다. 가부장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여성들은 로맨스를 지지하고 가문간 비즈니스였던 결혼은 이제 사랑이 전제된 개인 간 약속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많은 사람들은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우자를 선택하며 사랑에 기반한 결혼이 확산됐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의학과 공공보건 분야가 크게 발전하여 인간의 기대 수명이 30~40세에서 70~80세로 늘어났다. 자식들이 독립한 후에도 수십 년이나 단 둘이 결혼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사람들은 이혼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제3장 섹스와 결혼의 충돌
“결혼이란 겁쟁이도 할 수 있는 유일한 모험이다.”
-Voltaire-
다른 동물들의 경우 섹스의 목적은 생식이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쾌락도 중요시한다.
결혼이라는 올인원 패키지를 통해 모든 조건(낭만적인 사랑, 정열적인 섹스, 가정의 안정감)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사회적 요구는 비현실적이다. 그 과정에서 불륜이 일어나기도 한다.
제4장 현대인의 사랑과 연애와 결혼
“결혼은 혼자 있었으면 있지도 않았을 문제들을 둘이서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다.
-Eddie Cantor-“
낭만적인 사랑은 자본주의적 사랑에 밀려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본주의적인 사랑은 현대인에게 사랑한다는 소비하라는 규칙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 자는 무심하고 무례하다는 오명을 쓴다.
결혼 시 거래되는 자원의 범위가 확대되었고, 결혼을 중재하는 대리인 역할이 부모에서 시장으로 바뀌었다. 또한 자본주의적 사랑은 결혼하는 당사자들로 하여금 고급 기회를 소비하도록 강제한다.
오늘날 우리는 본래적인 낭만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인 사랑이 만들어 낸 갖가지 낭만의 합성 이미지를 소비한다. 현대인은 사랑을 공적으로 전시하며 사랑에 빠진 자기 모습에 도취되어 낭만의 합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게재함으로써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는 낭만 인플레이션을 낳는다. 그 결과 수많은 연인들이 자신들이 체험하는 사랑의 부정성을 특별히 불운한 상태로 여기게 하고 미혼자들로 하여금 결혼에 대해 부풀려진 환성을 갖도록 한다. 디지털 사랑의 시대에 접어들며 소통은 신속화되고 효율화되었다. 이는 과잉 연결을 장려하고 의무화한다.
썸은 둘 사이에 무언가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썸을 통해 가벼운 인스턴트 사랑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가 못 마땅해 보일 수 있지만 과거에 연애결혼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결혼은 이제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최초의 세대가 될 예정이다. 경제적 불안감은 청년 세대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하게 한다.
가정에 대한 헌신, 부양에 대한 경제적 책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 권태로운 부부 생활, 불륜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 등은 결혼 당사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게 만든다. 제5장 결혼의 종말 “죽음으로써 모든 비극은 끝나고
결혼으로써 모든 희극은 끝난다.”
-George Gordon Byron-
결혼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왔으며, 변화의 속도 또한 점점 가속화되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급격히 유동하고 더 나아가 사라질 수 있다.
과거(농경 사회, 산업 사회)에는 결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경제적으로 득이 되는 거래였다. 그러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상황이 바뀌었다.
미래의 신인류는 러브 로봇과 가상현실 사랑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사랑을 경험할 것이고 이것이 대중화된다면 결혼은 고지식한 아날로그 사랑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에필로그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냐이다.”
-Leo Tolstoy-
미래의 배우자를 심사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 사람이 나에게 주는 슬픔을 나는 얼마나 기꺼이 견딜 수 있는가 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알기 시작하는 순간은, 그 사람이 내게 예상치 못한 좌절감과 실망감을 안겨 주었을 때부터이다. 결혼은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유아적인 것임을 인정하고, 사랑을 주는 것을 실천할 충분한 의지가 있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한 질투와 소유욕을 열렬한 사랑의 증거로 착각하거나, 자본주의적인 사랑에 세뇌돼 소비와 애정 표현을 동일시 여기거나, 낭만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져 완벽한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는 헛된 환상을 품거나, 거짓된 사랑을 진짜인 것 마냥 연출하고 전시하거나, 디지털 사랑이 조장하는 과잉 연결을 진심 어린 소통으로 오해하거나, 자기 자신과 타인을 기만하고 성급하게 결혼한 뒤 평생을 후회하거나,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자식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으로 벌충하려 하거나, 결혼 생활의 만성적인 권태를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불륜으로 극복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이미 세상에 존재했던 것들은 모두 정상이다. 그 후로 당신이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새로 생긴 것들은 아주 흥미롭고 획기적이다. 당신이 서른이 된 후에 새로 생긴 것들은 자연의 질서에 어긋나며 당신이 아는 문명의 종말이 시작되었음을 예고한다. 그러다 다시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것들이 꽤 괜찮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Douglas Ad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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