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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book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by 르미르미 2021. 2. 8.

4번째 독서모임 주제로 선정된 책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 역설적인 제목이다. 

 

무슨 책인지 전혀 몰랐고 이십대의 자화상이라고 하는데

이제 이십대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오오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 표지 처럼 약간 무서운 책이었음. 

 

시작은 지금 이십대가 위험하다는 것으로 한다.

이 책은 사회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작가가 미처 논문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태서 출간한 책이다. 

 

처음에는 작가가 인권과 평화라는 과목을 강의하며

'KTX 승무원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요구' 라는 주제에 대해서 말한다.

강의 주제 자체가 인권, 사람의 권리가 정확히 어디 까지 인가는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인권 침해가 무엇인지를 얘기해주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작가는 당연히 대학생들이 비정규직들의 주장에 공감할 거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현재 이십대가 처한 상황이나 KTX 승무원들의 처지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십대들이 취업의 문턱이 너무 높아 좌절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설사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임금 수준이 낮아지고 비정규직 취업자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KTX 승무원들의 입장에서 비정규직들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어들면 그만큼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대학생들도 줄어들 것이니까!

 

아 이런 입장에서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살짝 당황했다.

나는 이 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십대들 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그 점이 좀 신기했다. 

 

아무튼 이 책에 나오는 대학생들은 비정규직인 것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음.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하지만 작가는 예를 들어 설명한다.

100명의 20대 중 20명 만이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면 나머지 80명은 아무리 노력해도 정규직이 되지 않는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21번째 사람부터는 노력하지 않은 결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20대들이 자기계발에 아주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20대들은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와 마주하면 당연히 '취업준비'를 떠올린다. 

외국어 공부,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 봉사활동, 공모전 참가 등을 말한다. 

그냥 평범히 자신이 평소 관심 있었던 과목을 신청하여 듣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것은 자기계발로 인정하지 않는다.

본인이 진정으로 무엇을 느끼는 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취미일 뿐이다. 

20대들에게 자기계발이란 성과를 얻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며 그렇기에 여기에는 자기 희생이 따른다. 

그런데 이 과정들은 결과가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해 나가고만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그 누구도 문제시하지 않는 상황이며 언젠가는 잘 될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고 긍정한다. 

그리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점점 엄격해 진다. 

차별과 해고를 정당하다고 여긴다.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을 더 가치있게 효율적으로 잘 사용한 능력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직급의 차별을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차별의 근거가 정당하므로 해고당하거나 비정규직이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차별도 정당한 것이다. 

 

나 또한 자기계발서를 종종 읽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한다.

특히 저번에는 유퀴즈 온더 블럭에 나온 커피 가루를 씹어 먹으며 공부한 공무원, 

한 달 동안 하루에 빵 한조각으로 버티며 공부한 현재는 과거에 변호사, 현재는 경찰이신 분의 스토리를 들으며

와 진짜 대단하다 나도 저런 정신력으로 저렇게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취업 준비를 위해 당연히 위장병이 걸려야 하고 

그리고 그것조차 이겨내야 하는 괴물이 되어야 취업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나도 괴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개인이 사회적 원인으로 고통 받는 상황이 늘고 있다는 게 현재 20대가 처한 상황이며 이를 사회적 원인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하지 않는 것 역시 지금 20대가 지닌 특징의 하나라고 한다. 

 

또 이 책에서 문제 삼은 점은 학력의 위계화된 질서이다. 

단순히 학문을 쌓은 정도나 수준 혹은 실력을 따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연세대는 서강대를 서강대는 ㅁ.... 하면서 줄줄줄 나열하고 있다.

대학 서열이 남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되며 양날의 칼이 되어 필연적으로 우월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지게 만든다. 사실 좀 그렇기는 하다. 

아무튼 자기계발의 논리는 자기 위치에 대한 집착과 그로부터 비롯된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작동하는 학력위계주의와 이십대들의 와각지쟁을 초래했고 그것이 다시 자기계발에 대한 집착을 강요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서 자기계발 권하는 사회를 치유하자고 말한다. 

출발선과 과정에서 공정했다고 그 결과의 공정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 결과된 모습까지 공정해야 그게 공정한 사회이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책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기와 같다.

이 때는 정말 수능점수가 너무 중요하고 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그랬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 좋은 대학이 어디있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중요한 것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진짜 학력위계주의가 심했었는데!! 

 

또 이 때 한참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이 유행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이런 느낌의 책이 유행을 하면서 

너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책이 많다. 

 

그리고 주변을 보아도 각자의 능력을 잘 찾아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공부가 모든 것이고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만 엄~~청 많고 그랬었는데 

유튜브 하는 사람도 많고 창업하는 사람들도 많고 좀 다양해지고 있다. 

뭐 결과적으로는 이 책에서 문제 삼은 것들이 조금은 해결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에 특히 서강대가 많이 나오던데 작가가 서강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 사회과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고 한다. 사회의 고정관념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때로 편향 강사라는 비난도 들어가며 강의를 하고 있다. 오오 어쩐지 나와 너무 다르게 생각하더라. 임대 주택에도 당첨되었다고 한다.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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