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구매한 도서 3종 세트 중 첫 번째 일곱 해의 마지막
연년세세 일곱 해의 마지막 시선으로부터, 세트 (도서 3종)
책 소개
이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린다.
1930~1940년대에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 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행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처음에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한국 전쟁 전후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공감이 잘 되지 않아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당이 요구하는 시를 써내야만 하는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가 모르고 살았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한국 전쟁/남북 분단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처럼
되돌아 갈 수 있는 영원한 일상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더이상 없을 수도...
p28
판데목 좁은 물길을 보고 돌아설 때만 해도 통영에 금방 다시 갈 줄 알았는데 벌써 이십이 년 전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사이에 해방과 뒤이은 전쟁으로 휴전선이 생겼으니 언제 다시 남해를 볼 수 있을지 기약조차 힘들었다.
p38
인생의 질문이란 대답하지 않으면 그만인 그런 질문이 아니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어 대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그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만 했다. 설사 그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일지라도.
p88
그런 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짓는 죄와 벌이지. 최선을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고통받은 뒤에야 그게 최악의 선택임을 알게 되는 것. 죄가 벌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벌이 죄를 만든다는 것.
p164
내게 전쟁이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죽이는 일이었어요. 전쟁은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p205
그때 훈은 하얼빈에서 막 탈출한 직후였는데, 이야기를 듣자하니 하얼빈에 소련군이 들어오자 백계 러시아인들 중에는 자살자가 속출했다더군. 지금 생각하면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선택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지 싶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니까. 죽음을 선택하는 게 삶이라니까 이상하게 들리는가? 나는 조금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네. 삼수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모든 주머니를 다 털어 내게 남은 선택이 몇 개나 되는지 따져보고 있으니까.
p210
이 아바이, 인생 헛살았네. '왜?'라는 건 소학교에서나 모르는 게 있을 때 손들고 선생님한테 묻는 거지, 인간사에다 대고 왜가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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