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 다들 그런 것 같다. ㅎㅎ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니까 책 속의 세상은 어떤지, 지금 우리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배경은 194X 년 알제리의 해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 오랑이다.
죽어가는 쥐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도시의 긴장이 고조된다.
정부는 페스트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한다.
봉쇄된 도시는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려는 리유와 부당한 죽음을 거부하려는 미지의 인물 타루, 우연히 오랑에 체류 중이던 신문기자 랑베르는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에 사람들은 도시가 봉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인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별이라든가 공포라든가 하는 공통된 감정은 있었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관심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페스트라는 질병에 대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고 사람들의 반응은 행정 당국에 대한 비난이었다.
몇몇 사무실들의 휴무로 할 일이 없어진 많은 사람들이 거리와 카페에 득실거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들은 실업자가 아니라 당분간 휴가 중이었다.
점점 환자들이 늘어나고 페스트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은 곧 그 환자를 당장 끌려가도록 만드는 일이 되었다. 병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완치되거나 죽기 전에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열과 불안으로 과열된 아파트 속에서 여러 가지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결국 병자는 끌려간다. 그러나 가족들이 이제는 그 결과가 뻔한 이별보다는 차라리 페스트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지 문을 닫아걸고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개입하고 무력으로 환자를 탈취하고 만다.
개개인의 행복과 페스트라는 추상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그런 종류의 우울한 투쟁을, 그 기나긴 기간 동안에 걸쳐 우리 도시의 삶 전체를 지배했던 그 투쟁을 계속 추적할 수가 있었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일면이 있다. 그러나 추상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추상과 대결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눈에 추상으로 보이는 것이 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진리로 보이는 것이었다.
기도 주간에는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들었다.
"오늘 페스트가 여러분에게 관여하게 된 것은 반성할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사람들은 조금도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악한 사람들이 떠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신의 광명을 잃고 우리는 바야흐로 오랫동안 페스트의 암흑 속에 빠지고야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주일에 하느님을 찾아뵙기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서너 번 무릎을 꿇는 것으로 여러분의 그 죄스러운 무관심에 대한 대가를 하느님께 갚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찾아뵙는 것을 기다리다가 지치신 하느님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재앙이 죄 많은 모든 도시를 찾아들었듯이 여러분에게도 찾아들게 하신 것입니다. "
매주일 계속해서 페스트의 포로들은 저마다 재주껏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이미 페스트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린 상태였고 개인적인 운명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페스트라는 집단적인 역사적 사건과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밖에는 없었다. 가장 뚜렷햇던 것은 생이별과 귀양살이의 감정이었다. 거기에는 공포와 반항이 내포되어 있었다.
같은 시내에서도 특히 피해가 심한 구역을 격리하고 직무상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이외에는 외출을 금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사망한 환자의 장례식은 폐지되었다. 물론 가족에게 통보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가족도 예방 격리를 당하고 있었던 터라 발이 묶여 있었다. 시민들은 그러한 처리 방식에 마음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그 후에는 다행히도 식량 보급 문제가 어렵게 되어 주민들의 관심은 보다 더 직접적인 문제 쪽으로 쏠렸다.
처음에는 위생 직원과 무덤파는 인부들이 정식으로 채용되었으나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어느 날엔가 전염이 되어 페스트로 많이 죽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질병의 전 기간을 통해서 그런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결코 보자라지 않았다. 페스트는 모든 경제생활을 파괴했고 그 결과 엄청난 숫자의 실업자가 생겨났다. 그 시기부터는 사실 곤궁이 공포보다 더 절박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서 보수를 지불하게 마련이고 보니 그 점은 더욱 명백해졌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이제는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못했다.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시민들은 말하곤 했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 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페스트가 절정에 이르렀을때 사람들은 지쳐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태도에서 무관심이 커져가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것을 깨달았다. 페스트에 관한 모든 뉴스에 대해서 그렇게도 깊은 관심을 보여 주었던 그 사람들이 이제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각자 자기네들의 일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 신문도 보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았다. 그것은 고역에 지칠 대로 지쳐서 그저 일상적인 자기 일에 과오나 없으면 그만으로 여기다 보니 결정적인 작전도 휴전의 날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된 대규모 전쟁의 전투원에게서나 상상할 수 있는 무관심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병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페스트는 며칠 동안 계속된 겨울의 첫추위에도 물러갈 줄 모른 채 기승을 떨었다.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나 사람이란 기다림에 지치면 아예 기다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도시 전체는 미래의 희망 없이 살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페스트는 점점 폐장성의 형태를 띄어가는 반면, 환자들은 어느 정도 의사에게 협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쥐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통계는 병세의 후퇴를 표시하고 있었다.
비록 갑작스러운 병세의 후퇴가 예기치 않았던 일이기는 했지만 시민들은 선뜻 기뻐하지 않았다. 여태껏 겪어 온 몇 달이 해방에 대한 그들의 욕망을 증가시켜 준 만큼 그들에게 조심성이라는 것도 가르쳐 주었으며 이 전염병이 끝난다는 기대는 점점 덜 품도록 길을 들여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따라서 내색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커다란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시민들이 무관심한듯한 표정으로 페스트가 퇴치되고 난 후에 세워야 할 생활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침내 봉쇄된 도시의 문이 다시 열렸다. 시내에서는 환희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러한 환희는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것이다.
책에 묘사된 상황은 현재 코로나 19를 직면한 우리 삶과 상당히 비슷했다.
일상의 행복을 다시 누리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작가 소개
알베르카뮈
프랑스 국적의 작가, 저널리스트, 철학자
그는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하였다.
195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페스트에 대해 궁금해져서 잠깐 알아보았다.
페스트(plague) 혹은 흑사병(Black Death)
영어로 plague, 프랑스어로 La Peste, 독일어로 Pest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
14세기에 유럽 본토 인구의 1/3 이 사망하였다. (유럽, 라시아, 아프리카 등 전체 사망자 2억 명, estimate)
항생제를 이용한 치료가 이루어진 이후로 사망률은 70%에서 10%로 감소하였다.
치료가 지연되면 패혈증이 진행되고 다발 장기부전,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현재는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부분적으로 발병하고 이 지역 이외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매년 600 케이스 정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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