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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book

(책) 시선으로부터,

by 르미르미 2021. 2. 12.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도서 3종 세트 중 두 번째

친구가 먼저 읽기도 했고 그래서 더 궁금한 책이었다. 

친구가 책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었을 때 심시선이라는 할머니의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낸다는 내용이라고 하였는데 정말이었다.

10년 만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에 모인 가족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 

 

책 처음에 가계도가 나오는데 아주 당황했다. 

하지만 나는 원래 드라마를 봐도 등장인물을 다 읽어보고 관계도도 다 찾아보는 타입이라 

가계도가 있으니 책을 읽을 때 아주 편하고 좋았다. 

아무래도 이 가족의 구성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기 때문에 알려준 것 같기도?

 

책은 두가지 구성으로 되어있고 장의 처음에 심시선님의 책 내용이라던지 과거 회상, 인터뷰 등의 내용이 나온다. 

그 이후에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따라가다 보니 심시선님이 살아온 배경도 너무 궁금하고 그 배경을 따라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내용도 잘 연결이 되어 너무 재밌었다.

 

심시선님이 어떤 인생을 살아 왔는지 연대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아주 컸다.  

 

심시선님의 인생 스토리도 너무 재밌었지만 가족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사도 너무 재밌었다. 

할머니와의 관계라던지 자기 인생에 대한 고민이라던지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데 소설 속 그들의 세계를 보고 있으니 뭔가 내 세상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p83.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p219. 예술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이, 남들이 보기엔 그럴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천천히 스스로를 해치는 것을 제가 얼마나 자주 봤는지 아십니까?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수준의 자해입니다. 아아, 이 사람 큰일났다 싶을 땐 늦었고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디다. 자기 자식이 어떤 성품인지 다 아실 테니 재능의 있고 없고를 떠나,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해칠 것 같습니까? 즐겁게 그리고 쓰고 노래하고 춤추는지,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하는지 관찰하십시오. 특히 후자라면 더더욱 인생의 경로를 대신 그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런 아이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다른 사람이 조작할 수 없습니다. 

 

p228. 작가들이 이십 년에 한 번씩 큰 변곡점을 그리지 않나 생각해왔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매일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있어요. 고된 행운인 셈이죠. 그런게 얼추 이십 년마다 찾아오는 걸 봅니다. 이십 년에 한 번씩 오는 격변은 표현 능력의 도약일 수도 있고, 새로운 주제로의 전환일 수도 있고, 갑자기 마음을 빼앗는 재료일 수도있고, 그때껏 발견하지 못했던 색일 수도 있고, 참선 끝의 득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p326.

내게 오는 말할 기회를 이제 젊은 사람에게 주십시오. 어차피 세상에 대해 할말은 다 했고, 앞으로의 세상은 내가 살아갈 세상이 아닐 테니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 다음 사람이 또 나 처럼 화살을 맞고 싸움에 휘말리고 끝없이 오해받을 걸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맞는 말도 제법 했고 틀린 말도 적잖이 한 것 같은데 내가 멈추면 다음 사람이 또 맞는 말과 틀린 말을 섞어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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