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찬란한 멸종인 줄 알고 읽기 시작
부제가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라는 것은 책을 절반 정도 읽은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자꾸 뒤로 가더라!!
이야기는 2150년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종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점차 과거로 이동하는데, 결국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도 다루고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교육적으로 읽힐 수 있을 만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었다.
작가 이정모님의 경력도 인상 깊었는데,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부터 서울시립과학관장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아오신 분이라, 과학적 지식이 풍부하면서도 이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평소 전공 공부할 때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제들이 이렇게 쉽게 다가오다니,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건 또 새로운 전문 분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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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는 꽉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한다. 그게 바로 멸종이다.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으로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뇌의 변화라기보다는 노동이며, 노동은 직립보행의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똑바로 선 인간은 자유를 얻었고, 자유를 얻은 인간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칼 세이건은 1973년 또 다른 테라포밍을 제안한다. 이번 대상은 화성이었다.
우리 산호는 약 5억 년 전부터 지구의 바다를 지켜왔다. 아직도 1200종 이상의 산호가 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존재는 지구 대기와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존했다. 우리의 사명은 이산화탄소 제거였는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져 우리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이산화탄소 제거의 종결자인데 이산화탄소 때문에 우리 존재가 종결되려고 한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모든 생물은 생태계의 틈새 하나를 맡아 자기 삶을 산다.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주는 제 나이가 137억 살인지도 몰랐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 나이가 46억 살인지 몰랐을 것이다.
다섯 차례 대멸종
급작스런 기온 변화, 급작스런 대기 산성화, 급작스런 산소 농도 하락. 이 세가지가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변화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결정적이었다. 서서히 변화하면 생명도 적응할 틈이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면 생명은 적응하지 못하고 생태계에 빈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해부학적인 조건이 있다. 목의 인두와 후두 사이의 거리가 멀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전에 이미 그 조건을 갖추었다. 언어와 관련이 있는 FOXP2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있다.
현대인에게 남아 있는 자폐 유전자 역시 우리 네안데르탈인이 남겨준 것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사회성도 상당히 떨어진다. 동족 간의 결속이 약해서 서로 협력도 잘하지 못한다. 동족과의 결속이 강한 크로마뇽인에 비해 큰 약점이다.
짝을 짓지 못하니 인구는 급격히 줄었다.
우리의 멸종은 어처구니없게도 자연계에 미칠 자신의 영향을 간과한 인간 행동의 결과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과도하게 사냥하고 자연 경관을 변형시키고 또 자연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먹잇감이 먼저 사라졌고 이제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과연 이 비극의 종착점이 우리일까요? 인간들은 어떻게 될까요? 인간이 도구를 잘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보다 사냥을 더 잘하기는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농사라는 게 참 놀라워요. 가뭄이나 홍수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잉여'입니다. 잉여는 인간 세계에 재산, 빈부 차이, 계급을 만들어냈습니다.
기후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입니다.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보니 이렇게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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