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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book

(책) 시간강사입니다 배민합니다

by 르미르미 2024. 7. 14.


인문학 시간강사 일을 하며 배달일을 하게 된 이병철 시인의 에세이. 주변에 잘 없는 인문학 박사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알아볼 수 있었고,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배달 라이더님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곳에서 AI를 어떻게 쓰는 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알게되어 좋았다. 루트 최적화와 시간 단축을 하고 있군... 물론 비정상적(?)으로 뱅뱅 돌면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하는 일은 좋지 않지만 누가 그렇게 배달하겠는가..? 다들 빨리하고 다음 배달을 하려고 할 것 같은데 계속해서 시스템적으로 빠르게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세상은 좀 빡빡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가님은 상도 많이 받으시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고 책도 많이 내셨는데 배달일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시다. 본업을 잘하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잘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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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지원한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연수 연구원에 선정됐을 때만 해도 내 앞날이 장밋빛으로 보였다. 박사 후 국내 연수가 종료되면서 월 고정 수입의 60퍼센트가 없어졌다. 인문학 연구자들은 대학에 자리 잡지 못하면 그야말로 ‘잉여 인간’이 된다. 시간강사를 속칭 보따리장수차고 부르는 것은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강의 시수대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는 세학교에서 수업 다섯 개를 맡았는데, 시간당 강의료는 3만 5천원에 불과하다. 몇 군데 신문과 잡지에 글도 연재하고 있지만 강의료와 원고료를 다 합해도 월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원고지 20매 쓰면 20만 원 버는데 그건 늘 성취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준다. 글로 돈 버는 게 때로는 사기 같고 장난 같고 그렇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음식점도 손님도 배달 라이더도 모두 ‘빨리 빨리’를 욕망한다. 그리고 배달 어플은 그 ‘빨리 빨리’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고 이용한다. 배달 도착 예정 시간을 산출하는 AI는 빅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데, 배달 라이더들이 원래 20분 걸리는 길을 15분 만에 가기 시작하면 AI는 그 경로를 이제 15분 코스로 인식한다. 교통 상황과 날씨 등 다양한 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라이더들은 그렇게 AI가 단축시킨 시간 내에 배달을 완수해야만 한다. 빠르게 달릴수록 AI는 더 짧은 시간 안에 배달하라 명령하고, 결국 라이더들은 더 빨리, 더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게 되는 악순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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