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 면역이 감염 초기 병원체를 빠르게 억제하는 1차 방어선이라면,
후천 면역은 병원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고, 기억을 통해 반복된 침입에 빠르게 대응하는 정밀 방어 체계이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차이
구분 | 선천면역 | 후천면역 |
반응 속도 | 빠르다 (수시간 이내) | 느리다 (수일 소요) |
인식 방식 | 비특이적 | 항원 특이적 |
기억 형성 | 없음 | 있음 |
구성 요소 | 대식세포, 호중구, NK세포 등 | B세포, T세포 등 |
림프구의 생성과 성숙: 항원 비의존적 발달 과정
후천 면역(adaptive immunity)은 주로 B세포와 T세포로 구성된 림프구에 의해 작동한다. 이들 림프구는 **림프계 전구세포(lymphoid progenitor cell)**라는 공통의 조상 세포로부터 유래한다. 이들의 생성 및 성숙 과정은 항원의 노출 없이도 진행되는 '기초 준비 단계'에 해당한다.
B세포의 생성과 성숙
B세포는 **골수(bone marrow)**에서 생성되고 그곳에서 성숙하는 과정을 거친다. 골수 내에서 B세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통해 성숙한다.
- Pro-B 세포: B세포 계열의 가장 초기 단계이다.
- Pre-B 세포: B세포 수용체의 전구체를 발현하기 시작한다.
- Immature B 세포: 표면에 IgM 형태의 B세포 수용체(BCR)를 발현한다. 이 단계에서 자기 반응성(self-reactivity)을 확인하는 음성 선택 과정을 거친다.
- Naïve B 세포: 성공적으로 성숙 과정을 마친 B세포로, 아직 항원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세포들은 혈액과 림프계를 따라 **말초 림프기관(림프절, 비장 등)**으로 이동하여 항원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T세포의 생성과 성숙
T세포는 골수에서 생성되지만, 이후 **흉선(thymus)**으로 이동하여 성숙 과정을 거친 후 기능적인 T세포로 분화한다. 흉선으로 이동한 전구세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성숙한다.
- DN (Double Negative) 단계: CD4와 CD8 공동 수용체를 모두 발현하지 않는 초기 T세포 전구체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T세포 수용체(TCR) 유전자의 재배열이 시작된다.
- DP (Double Positive) 단계: T세포 수용체를 발현하며 CD4와 CD8 공동 수용체를 모두 발현하는 단계이다.
- 양성/음성 선택 (Positive/Negative Selection): 이 중요한 단계에서 T세포는 두 가지 선택 과정을 거친다.
- 양성 선택: 자신의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분자를 인식할 수 있는 T세포만이 살아남는다.
- 음성 선택: 자기 항원에 강하게 반응하는 T세포는 제거되거나 비활성화된다. 이는 자가면역 질환을 방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 CD4+ 또는 CD8+ T세포로 성숙: 양성 및 음성 선택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T세포는 CD4+ T세포(보조 T세포) 또는 CD8+ T세포(세포독성 T세포) 중 하나로 분화한다. 이들 역시 아직 항원에 노출되지 않은 Naïve T세포이며, 혈액과 림프계를 통해 말초 림프기관으로 이동하여 항원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항원 없이 진행되는 '기초 준비 단계'이며, 이렇게 분화한 Naïve B세포와 T세포들은 말초 림프기관에서 항원에 노출되었을 때 비로소 효과기 세포로 분화하여 본격적인 면역 반응을 개시한다.
후천 면역 반응의 단계별 개요
후천 면역은 일련의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단계를 거쳐 효과적인 방어 기능을 수행한다. 각 단계는 면역 반응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 항원의 침입과 선천 면역의 경고: 후천 면역의 시작은 선천 면역 세포의 초기 감지 및 경고로부터 비롯된다.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하면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선천 면역 세포가 이를 인지하고 1차 방어를 수행하며, 동시에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항원 제시를 준비한다.
- 항원의 처리와 제시 (Antigen Presentation): 선천 면역 세포 중 특히 항원제시세포(APC)는 포획한 항원을 잘게 분해(항원 처리)한 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분자에 탑재하여 세포 표면에 제시한다. T세포는 이처럼 MHC에 제시된 항원만을 인식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 림프절에서 림프구의 항원 인식 (항원 의존적): 항원을 탑재한 APC는 림프절과 같은 2차 림프 기관으로 이동하여 나이브 림프구들과 만난다. T세포는 MHC-항원 복합체를 T세포 수용체(TCR)를 통해 인식하며, 이 인식 방식에 따라 CD4⁺ T세포 (MHC II 인식)와 CD8⁺ T세포 (MHC I 인식)로 나뉘어 각각 면역 조절 및 감염세포 사멸의 역할을 준비한다. B세포는 항원을 직접 인식하거나 보조 T세포의 도움을 받아 활성화된다.
- 림프구의 활성화 및 증식: 항원을 인식한 T세포와 B세포는 활성화되어 클론 증식(clonal expansion)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특정 항원에 특이적인 림프구 집단을 대규모로 형성하여 향후 면역 반응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 효과기 세포의 작용: 증식된 림프구들은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는 효과기 세포로 분화한다. CD8⁺ T세포 는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하여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성 면역을 담당한다. CD4⁺ T세포는 보조 T세포로 분화하여 B세포의 항체 생산을 돕고 다른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등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B세포는 항체를 분비하는 플라스마 세포로 분화하여 병원체를 무력화하는 데 기여한다.
- 면역 기억 형성: 면역 반응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 활성화되었던 일부 T세포와 B세포는 기억세포(memory cell)로 전환되어 체내에 장기간 남아 있게 된다. 이 기억세포들은 동일한 병원체가 재침입했을 때 훨씬 더 신속하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며, 이는 백신이 작동하는 핵심 원리가 된다.
결론
후천 면역은 선천 면역의 초기 방어를 바탕으로, 특정 병원체에 대한 정밀한 인식과 기억 형성을 통해 인체를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고도로 발달된 면역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히 병원체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는 전략적 방어 능력을 제공한다. 림프구의 항원 비의존적 성숙부터 항원 제시, 인식, 증식, 효과기 작용, 그리고 면역 기억 형성까지의 다단계 과정은 후천 면역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음 편 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후천 면역의 전반적인 흐름과 그 중요성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후천 면역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하나씩 심층적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면역 반응의 시작점인 '항원'이 무엇이며, 어떻게 면역 시스템에 인식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다. 이어지는 포스팅에서는 MHC 분자, T세포, B세포, 그리고 항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순차적으로 깊이 있게 알아보며,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우리 몸을 방어하는지 그 비밀을 파헤칠 것이다.
→ 다음 편: 항원과 MHC- T세포 면역 반응 개시의 필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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