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는 병원체와 싸우는 주역이다.
하지만 종류가 워낙 다양해 자칫하면 헷갈리기 쉽다.
이번 편에서는 면역세포의 탄생, 분화, 역할을 한눈에 정리해본다.
모든 면역세포의 출발점: 조혈모세포 (Hematopoietic stem cell)
우리 몸의 모든 혈액 세포, 즉 적혈구, 백혈구(면역 세포), 혈소판 등은 모두 골수(Bone Marrow)에 있는 특별한 세포인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HSC)에서 시작한다. 이 조혈모세포는 마치 모든 혈액 세포의 '어머니'와 같아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조혈모세포는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분화한다.
- 골수계 전구세포 (Myeloid Progenitor): 선천 면역에 주로 관여하는 세포들로 분화한다. (예: 호중구, 대식세포, 비만세포 등)
- 림프계 전구세포 (Lymphoid Progenitor): 적응 면역에 주로 관여하는 세포들로 분화한다. (예: T 세포, B 세포, NK 세포 등)
이러한 분화 과정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형태학적 분류: 과립구 vs 무과립구?
의학·해부학에서는 다음처럼 형태에 따라 면역세포를 구분하기도 한다:
과립구 (Granulocytes) |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 과립이 많고 염색 특성 뚜렷 |
무과립구 (Agranulocytes) | 림프구(T, B, NK), 단핵구 | 핵이 둥글고, 과립 적음 |
하지만 이 분류는 기능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시리즈에서는 ‘기능 중심’ 분류 방식을 따르기로 한다.
기능 중심 분류: 주요 면역 세포의 종류와 역할
1. 림프계 유래 면역세포 – 적응 면역의 핵심
림프계 전구세포에서 유래하며, 특정 병원체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여 더 정교하고 강력한 방어를 제공한다.
- B세포 (B cell)
-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이다.
- 항원을 인식하면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하여 항체를 대량 생산한다.
- 일부는 기억 B세포로 남아 면역 기억을 형성하여 다음 감염에 대비한다.
- 골수에서 생성되고 성숙한다.
- T세포 (T cell)
- 세포성 면역의 주역이다.
- 흉선(Thymus)에서 성숙하며,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 주요 유형:
- 도움 T세포 (Helper T cell, CD4+ T cell): 다른 면역세포(B세포, 대식세포 등)의 활성화를 돕는 지휘관 역할을 한다.
- 세포독성 T세포 (Cytotoxic T lymphocyte, CTL, CD8+ T cell):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찾아 파괴하는 킬러 역할을 한다.
- 확장 예정: Treg, Th1, Th2, Th17 등 다양한 T세포 서브셋에 대한 내용은 다음 파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 NK세포 (Natural Killer cell)
- 비특이적으로 감염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한다.
- T세포와 달리 항원 특이성이 없어도 즉시 반응할 수 있어 선천 면역에 가까운 성격을 보인다.
- 림프계 전구세포에서 유래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선천 면역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2. 골수계 유래 면역세포 – 선천 면역의 실무자
골수계 전구세포에서 유래하며,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선이자 즉각적인 반응을 담당한다.
- 대식세포 (Macrophage)
- 병원체를 포식(Phagocytosis)하고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
- 항원제시세포(APC) 역할도 수행하여, 탐식한 항원을 T세포에 제시함으로써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 혈액 내 단핵구(Monocyte)가 조직으로 이동하여 분화된 세포이다.
- 수지상세포 (Dendritic cell)
- 가장 강력한 항원제시세포로 불린다.
- 외부 항원을 포획하여 MHC(주조직적합성 복합체) 분자에 담아 림프절로 이동한 뒤, T세포에 전달하여 적응 면역 반응을 개시하는 핵심 브릿지이다.
-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을 연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호중구 (Neutrophil)
- 백혈구 중 가장 많고, 가장 빠른 전투병이다.
- 감염 부위로 신속히 이동하여 병원체를 직접 파괴한다.
- 수명이 짧으며, 죽은 뒤 고름(pus)의 주성분이 된다.
- 호산구 (Eosinophil)
- 기생충 방어와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한다.
- 과립 내 물질을 분비하여 기생충을 공격한다.
- 호염구 (Basophil)
- 호산구와 함께 기생충 방어 및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한다.
- 히스타민 및 다른 염증 매개 물질을 분비하여 염증 반응과 혈관 투과성 증가에 기여한다.
3. 조직 상주 면역세포 – 각 장기의 전담 방위군
일부 면역세포는 특정 조직에 '주둔군'처럼 상주한다.
이들은 일반 백혈구처럼 혈액을 순환하지 않으며, 각 장기 환경에 특화된 면역 감시자 역할을 수행한다.
세포 | 위치 | 특징 |
쿠퍼 세포 (Kupffer cell) | 간 | 간에 고정된 식세포로, 간문맥을 통해 들어오는 병원체와 독성 물질을 감시한다. |
미세아교세포 (Microglia) | 뇌 | 중추신경계의 고유 면역세포로, 뇌 환경을 감시하고 신경 손상이나 감염에 반응한다. |
비만세포 (Mast cell) | 점막, 피부, 혈관 주변 | 알레르기 반응을 주도하는 세포로, 외부 항원에 노출 시 히스타민 등을 분비한다. |
면역세포는 ‘연합작전’을 수행한다
면역 세포들은 각자 고유의 역할이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며 복잡한 면역 반응을 완성한다.
- 예를 들어, 대식세포는 침입자를 삼키고 그 정보를 수지상세포에 넘긴다.
- 수지상세포는 이 정보를 가지고 림프절로 이동하여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 활성화된 T세포는 B세포의 항체 생산을 돕거나(도움 T세포), 감염된 세포를 직접 제거한다(세포독성 T세포).
- B세포는 항체를 만들어 병원체를 무력화하고, NK세포는 즉각적으로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등 다양한 전사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이처럼 면역세포들은 협력과 조율을 통해 복잡한 면역 반응을 완성한다.
요약
- 모든 면역세포는 조혈모세포에서 출발하며, 림프계 전구세포와 골수계 전구세포로 분화된다.
- 면역세포는 형태(과립구/무과립구)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나, 기능 중심 분류가 면역계 이해에 더 효과적이다.
- 림프계 유래 세포는 적응 면역의 핵심이며, 골수계 유래 세포는 선천 면역의 실무자 역할을 수행한다.
- 조직 상주 면역세포는 특정 장기에 특화된 방어군이다.
- 면역세포들은 협력과 조율을 통해 우리 몸의 복잡한 면역반응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다음 편에서는 면역의 첫 번째 방어선, 선천면역을 본격적으로 파헤쳐 본다. 빠르고, 무차별적이며, 생각보다 강력한 선천면역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 4. 선천면역 – 첫 번째 방어선,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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