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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Biology

[면역학] 6. 항원과 MHC- T세포 면역 반응 개시의 필수 조건

by 르미르미 2025. 6. 23.

면역은 우리 몸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중심에는 **항원(Antigen)**이라는 분자가 존재하지만, 단순히 항원이 있다고 해서 면역 반응이 즉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T세포의 경우, '그냥 항원'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다.

 

항원이란 무엇인가?

항원은 면역계가 인식하여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모든 분자를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 외부 병원체의 단백질이나 다당류가 대표적인 항원이며,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우리 몸의 자가 단백질 또한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항원은 B세포와 T세포의 수용체에 의해 인지되지만, 이 두 가지 면역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왜 T세포는 '그냥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가?

항원이 체내에 존재한다고 해서 곧바로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T세포는 검증되지 않은 항원에는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무분별한 반응 방지: 인체는 일상적으로 수많은 외부 물질에 노출된다. 만약 T세포가 모든 항원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면, 해롭지 않은 물질에 대해서도 과민 반응을 보이거나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 신뢰성 있는 항원에 대한 반응: T세포는 무작위적인 항원이 아니라, 특정 과정을 거쳐 '검증된' 항원에만 반응한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 시스템이 바로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이다.

결론적으로, 면역 반응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원 제시(Antigen Presentation)**라는 정교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항원 제시(Antigen Presentation)란 무엇인가?

항원 제시는 세포가 항원 단백질을 분해하여 펩타이드 조각 형태로 만든 뒤, 이를 MHC 단백질 위에 '전시'하여 세포 표면에 내놓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없이는 T세포가 항원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성화될 수 없다.

항원 제시의 주요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항원 섭취 및 처리: 외부에서 유입된 항원은 주로 **항원제시세포(APC, Antigen Presenting Cell)**에 의해 포식(phagocytosis)되거나, 세포 내부에서 생성된 항원은 세포질 내에서 처리된다.
  2. 펩타이드 분해: 섭취되거나 생성된 항원 단백질은 리소좀(외부 항원) 또는 프로테아좀(내부 항원)에서 짧은 펩타이드 조각으로 분해된다.
  3. MHC 결합 및 표면 제시: 분해된 펩타이드는 MHC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 표면으로 이동하고 '제시'된다.
  4. T세포 인식: 세포 표면에 제시된 펩타이드-MHC 복합체는 **T세포 수용체(TCR, T Cell Receptor)**에 의해 인식된다.

항원 제시 과정을 수행하는 주요 APC에는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대식세포(Macrophage), B세포 등이 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470656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란 무엇인가? – 면역계의 '전시 시스템'

MHC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가공된 항원 조각을 T세포에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사람은 유전적으로 고유한 MHC 타입(인간의 경우 HLA, Human Leukocyte Antigen)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유전적 다양성 때문에 장기 이식 시 거부 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MHC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 발현 세포 제시 항원 인식 T세포
MHC I 적혈구를 제외한 모든 유핵 세포 세포 내에서 유래한 항원 (예: 바이러스 감염) CD8⁺ 세포독성 T세포(CTL)
MHC II 항원제시세포(APC)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B세포) 세포 외부에서 유입되어 섭취된 항원 CD4⁺ 보조 T세포
 

MHC I은 주로 바이러스 감염과 같이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내부의 위협'을 CD8⁺ T세포에게 신고하는 시스템이라면, MHC II는 박테리아 감염처럼 세포 외부에서 유입된 '외부의 위협'을 CD4⁺ T세포에게 알리는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B세포는 왜 MHC 없이도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가?

T세포와 달리, B세포는 세포 표면에 항원 수용체(BCR, B Cell Receptor)를 가지고 있어 항원의 입체 구조(3차 구조)를 직접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B세포가 항체를 충분히 생성하고 면역 글로불린 클래스 전환(class switching)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T세포의 도움(T cell help)**이 필수적이다. 이때 T세포는 MHC에 제시된 항원을 통해 B세포가 인식한 항원을 '검증'하게 된다. 결국, B세포의 완전한 활성화 역시 간접적으로 MHC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MHC 시스템이 왜 중요한가?

MHC 시스템은 단순히 항원을 운반하는 역할을 넘어, 면역 반응의 정밀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 자가-비자가 구별: MHC는 우리 몸의 자가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자기(self)'를 제시하는 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다. 이는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을 억제하는 중요한 기전이다.
  • 정확한 면역 반응 유도: 항원제시세포(APC)와 T세포는 MHC를 통해 항원을 '협의'하며, 이 항원이 실제 위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불필요한 과민 반응을 방지하고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 면역 기억의 형성 기반: MHC를 통한 항원 제시는 면역 기억 세포 형성의 출발점이 되어, 동일한 병원체 재침입 시 더욱 빠르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
  •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에 관여: 이식 거부 반응, 백신 접종 시 개인별 면역 반응 차이, 그리고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의 핵심 인자로 작용한다.

 

결론

항원은 면역계가 인지하는 표적이지만, T세포는 단순히 항원만으로는 반응하지 않는다. T세포는 반드시 MHC 단백질 위에 제시된 항원 조각만을 인식하며, 이 과정을 통해 면역계는 정확하고 선택적인 반응을 수행한다. 이러한 항원 제시 과정과 MHC 시스템은 면역 반응의 정밀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메커니즘이며, 우리 몸을 효율적으로 방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음  편 예고

오늘 항원 제시와 MHC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 항원 제시를 인식하는 면역계의 핵심 주역, T세포의 다양한 종류와 각 역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 다음 편 예고: T세포의 종류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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