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 4. 선천 면역의 기초: 첫 번째 방어선, 어떻게 작동하는가?
인체에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작동하는 방어 시스템은 선천 면역(Innate immunity)이다. 선천 면역은 신속하게 반응하지만 정밀성이 부족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이 초기 방어 체계가 없다면, 후속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인체는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선천면역의 특징 요약
구분 | 선천면역 |
반응 속도 | 즉각적 (수분 ~ 수시간) |
인식 방식 | PAMP 등 공통 패턴 인식 |
기억 형성 | 없음 |
방어 방식 | 비특이적이고 광범위한 공격 |
주요 세포 | 대식세포, 호중구, NK세포 등 |
주요 분자 | PRR, 사이토카인, 보체계 등 |
병원체 인식 – ‘패턴’을 읽는다
선천 면역은 특정 병원체에 대한 특이적인 인식이 아닌, 세균이나 바이러스 고유의 공통된 구조(PAMPs, 병원체 관련 분자 패턴, 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를 인식한다.
패턴 인식 수용체(PRR, Pattern Recognition Receptors)가 이러한 인식을 담당한다. 대표적인 PRR로는 톨 유사 수용체(TLR, Toll-like receptor), NLR, RLR 등이 있다. 이 수용체들은 세포막, 엔도솜, 세포질 등 다양한 위치에 분포하며, 면역 세포들이 침입 신호를 신속하게 감지하도록 돕는다.
염증 반응 – 방어 환경의 조성
병원체가 감지되면, 선천면역계는 염증반응(inflammation)을 유도한다. 염증은 발적(Rubor), 종창(Tumor), 열감(Calor), 통증(Dolor)을 동반한다.
이는 단순한 ‘과민반응’이 아니다.
염증은 면역세포를 집중시켜 싸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이다.
- 사이토카인(cytokine), 케모카인(chemokine) 분비
- 혈관 투과성 증가 → 백혈구가 빠르게 이동 가능 (혈관 확장 -> 혈류 증가 -> 면역 세포 유입)
- 병원체를 제한하고 면역 반응을 증폭
- 염증은 병원체 제거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면 조직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요 세포들 – 초기 대응 요원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 세포들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 대식세포 (Macrophage): 침입자를 직접 포식하고,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또한 항원 제시를 통해 후천 면역을 유도할 수 있다.
- 호중구 (Neutrophil): 감염 부위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면역 세포로, 병원체를 포식하거나 활성 산소종을 이용해 공격한다. 세포 사멸 후에는 고름(pus)을 형성하기도 한다.
- 자연살해 세포 (NK cell, Natural Killer cell): 비특이적으로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한다. MHC-I 분자 발현이 저하된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후천 면역이 활성화되기 전 즉각적인 방어 기능을 수행한다.
보체계(Complement system) – 보조 공격 시스템
보체계는 혈장에 존재하는 단백질 시스템으로, 병원체에 대한 보조적인 공격을 수행한다.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옵소닌화: 병원체를 면역 세포가 더 쉽게 인식하도록 '표지'하는 과정이다.
- MAC 형성: 세포막 공격 복합체(Membrane Attack Complex)를 형성하여 병원체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직접 파괴한다.
- 염증 유도: C3a, C5a 등 보체 활성화 산물을 통해 백혈구 유입을 촉진한다.
보체 활성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전 경로 (항체-항원 복합체에 의해 활성화), 대체 경로 (병원체 표면 구조를 직접 인식하여 활성화), 렉틴 경로 (병원체의 특정 당 구조를 인식하여 활성화).
선천 면역 회피 전략 – 병원체의 생존술
병원체 또한 선천 면역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 PRR 회피: 일부 바이러스는 패턴 인식 수용체(PRR)의 인식 구조를 회피한다.
- 보체 회피: 일부 세균은 보체 억제 단백질을 표면에 발현시켜 보체계의 공격을 피한다.
- 대식세포 생존: 결핵균과 같이 일부 병원체는 식세포 내에서 생존하며 증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병원체의 회피 전략은 후천 면역과 항체 반응이 필요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요약
- 선천면역은 즉각적이지만 비정밀하다.
- PRR-TLR을 통해 침입을 감지하고, 염증과 포식 세포를 동원해 초기 반응을 유도한다.
- NK세포, 보체계, 사이토카인 네트워크가 협력하여 방어를 완성한다.
- 그러나 기억은 남기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후천면역이다.
다음 편 예고
선천면역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몸 안에서는 보다 정밀한 무기가 준비된다.
바로, B세포와 T세포가 주도하는 후천면역의 작동이다.
→ 5. 후천면역 – 정확히 맞추고, 기억하는 방어 전략